Day 0, 인천에서 리마까지 28시간


드디어 오늘, 3개월의 남미여행이 사작된다.

기대와 걱정이 함께 하지만

그래도 이날만을 기다려왔다.



07:30, 집

위험한 곳에 간다고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마음에 걸리지만

돈은 뺐겨도 몸은 다치지않고 다녀오겠다며 안심시켜드리고 집을 나섰다.


10:00, 인천공항

인천(ICN)에서 뉴욕(JFK)까지 14시간.

중간에 밥 먹고 책 잠깐 읽은 시간을 빼면 12시간을 잤다.

항상 비행기에서 잘 자다보니

장거리 비행을 하고나면

발은 퉁퉁 붓지만 몸은 오히려 개운하다.


10:00, 뉴욕 JFK공항

14시간이 지났는데도 같은 시간이다.

언제나 느끼지만 시간을 번듯한 느낌.

미래에서 땡겨온 빚 같은 것이지만.



뉴욕 JFK 공항에서 환승까지 3시간반이 있었기에

여유롭게 라운지에 앉아서

(한국기준) 야식인지 (미국기준) 브런치인지 모를
식사를 즐기고 싶었다.

하지만 JetBlue가 출발하는 터미널5에는

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라운지가 없었다.


별 수 없이 스타벅스에서 커피 프라푸치노를 한 잔 사고

출발 게이트 앞에 앉아서 폰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했다.

한참 댓글도 달고 놀다가 노트북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는데

노트북이 없다.



12:00 뉴욕 JFK공항 터미널5 게이트9 앞 테이블

내 노트북!!!!

'어디갔지?'
'언제 마지막으로 봤지?'
'아까 엑스레이 통과할때 가방에서 뺐었는데?'
'내가 다시 가방에 넣었나?'

'아니다. 안 넣었다!!!!!'



남아있는 커피가 아깝지만 얼른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

엑스레이 검사대로 달려갔다.

검사대 직원들은 정신없이 바쁘고 데스크에 어떤 아저씨가 왠지 책임자처럼 앉아있길래 물어봤다.


"내가 한시간쯤 전에 여기다 노트북 놓고 갔는데 혹시 본 거 있어???"

아저씨 : "흐음 노트북 얘기 들은건 없는데?
한시간? 그럼 아마 여기엔 없을꺼고 분실물센터에 가봐."


분실물 센터는 다시 밖에 있다고 한다.

별 수 없이 또 뛴다.

다행히 아직 비행시간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남아있다.

헐레벌떡 뛰어서 도착한 Baggage Office.


"안녕, 내가 한시간쯤 전에 엑스레이 검사대에 노트북을 놓고 왔는데 여기에 접수된 것 있는지 확인해줄래?"

직원 : "따라와봐~ 여기 노트북 들어온거 있어?"

분실물 관리 직원 : "노트북? 종류가 뭔데? 맥북에어? 오늘 들어온 건 없는데?"

아까 그 직원 : "잠깐만~ 너 이름이 뭐야? 아~ 엑스레이 검사대에서 찾았다고 하네. 다시 올라가봐~"

"찾았데? 우왕 고마워! 완전 고마워!!"



아까 검사대 아저씨가 잘 찾아봤으면 이런 뜀박질은 안했겠지만

그래도 찾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.

다시 짐검사하는 곳에 가서 왜 아까 들어갔었던 내가 또 들어가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
다시 엑스레이를 통과하여 데스크에 도착했다.


"후우.. 후우.. 아저씨 나 다시 왔어.. 내 노트북 찾았다며??"

검사대 아저씨 : "응, 미안. 너가 뛰어가고 바로 몇 분 있다가 검사대에서 노트북 분실된 게 있다고 알려주더라고.
혹시 니껀가 해서 분실물센터에 전화해봤지.
여권 좀 보여줄래? 니 이름 맞네. 여기 가져가"

"괜찮아. 찾을 수 있었다니 정말 다행이야. 고마워!!! "


어째 이번 여행 시작부터 좀 불안하긴 했지만

그래도 이렇게 찾은걸 보면 잘 풀릴 것 겉기도 하다.


24:09, 페루 리마

그 뒤로는 별 탈 없이 마이애미를 경유하여 리마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.

그리고 이제야 겨우 1월 20일이 되었다.

1월 19일만 38시간.

그 중 비행시간 23시간. 공항에서 5시간을 보냈다.

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.

(그 중 20시간정도를 잤더니 그렇게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는건 비밀)